포보기와 영상, 그리고 다이빙의 인연
어린 시절,
워낙 시골인 고향을 둔 덕분에 물에 대한 친근함이 있었던 듯 하다.
초딩때 여름이면 열심히 다이빙을 하곤 했다. 물론 지금같은 스쿠버 다이빙은 아니고.. ^^;
3~4미터 높이는 됨직한 산 비탈 절벽에서 2 미터 정도 수심의 냇가로 풍덩!!
멋지게 뛰어드는 다이빙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기억이다.
대부분의 촌 넘들이 그러하겠지만, 정식으로 수영을 배울길은 없어도 물에대한
자신감은 적당히 있었다.
하지만 충청도 산골에서의 멱감기 놀이수준이 감히 바다와는 어떠한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당연히 크레용으로 퍼렇게 그려놓는게 바다일 뿐이고, 눈으로 볼수 있는 바다는 TV에서 밖엔 없었다.
수신상태 불량으로 지글거리며 나오던 'MBC의 바다는 살아있다? (확실치 않음 ㅡㅡ;) 정도의 방송을 기억하는데,
거무튀튀한 화면(흑백TV)에선 상어의 무서움만을 주로 보여 준것 같기도 하고 ㅋㅋ
솔직히 얘기하건데, 직접적으로 바다를 처음으로 체험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 학교에서 진행한 여름캠프에 참가하여
서해의 춘장대 바다를 갔었을 때이다.
난생 처음 내 몸을 바다에 뛰어들게 했던 그 때....
굴곡있는 곡선이 아닌, 오직 직선으로만 그어진 수평선을 바라볼 때 뻥~ 뚫리는 가슴과 엄청난 공간감의 충격!
넓고 넓은 갯벌을 맨발로 뛸때 느껴지는 부드런 감촉, 끝없이 펼쳐진 (게가 만들어 놓은) 콩알 같은 모래들...
바닷물이 그리 짜다는 걸 수영하며 처음으로 알았고, 저녁무렵 서해의 바다속으로 젖어가는 진홍빛 빨건 일몰에 혼을 빼 놓고,
급기야 눈물을 글썽이기 까지 한것도 같다.
그 뒤로 바다를 동경했었나? ㅋㅋ 확실치는 않다. ^^;;
하지만 그 뒤로 기회만 되면 열심히 바다를 찾고 바다를 즐기게 된 것 같다.
결혼하고 주머니 탁탁! 털어서 떠난 Luxury 신혼여행.
수영잘하고 물 좋아하는 와이프와 떠나기로 합의한 곳은 바로 인도양의 푸른진주 '몰디브'
거기서 첨으로 열대바다의 황홀한 속살을 보고야 말았다.
거짓말 안 보태고, 체류한 나흘내내 거의 몸이 불 정도로 스노클링만 하고 보냈다. 오죽하면 마눌과 난
"우린 여기 신혼여행 올라고 결혼했다!! 크하하!" 하고 떠벌렸다 ^^;
생물도감에서나 보던 화려한 물고기와 진보라빛 산호들을 보고, 또 보고...
물론 그때도 스쿠버 체험같은 프로그램은 있었다.
리조트에서도 권하긴 했었는데 꽤 고가(高價) 였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보편적 상식에 근거해서 그건... 우리처럼 평민이 하는 레포츠가 아니지 않는가? ㅡ.ㅡ;
아마도 본격적으로 스쿠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친구가족과 같이 간
태국 푸켓에서가 아니였을까..?
피피섬의 투명한 애머럴드바다에 감탄을 하며 스노클링을 즐길 때, 다른 한쪽에선 다이버들이 열심히 풍덩거리고 있었다.
마침 우리랑 같이 동행한 다른 가족 부자(父子)가 그곳에서 체험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좀 부러웠다. 아.. 얼마나 벌면 저런걸 할 수 있을까???
난 단지 부럽기만 했는데, 그 누군가는 정말로 간절히 하고 싶었나보다.
ㅋㅋㅋ!
암튼, 스쿠버 이야기는 좀 나중에 연결 해 보기로 하고...
이젠 영상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 하고자 한다.
결혼하고, 자그만 가게를 열고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건을 갖추었을때, 제일 먼저 구입한 것은 캠코더이다.
첫 아이 탄생을 핑계로 구입한 히다찌의 8mm 비디오 카메라.
디지털과는 전혀 거리가 먼 순수 아날로그 캠코더 였고, 화질이 지금보면 폰카보다도 훨씬 구린
개초보를 위한 모델이었다 (그래도 거의 70만원에 육박해서 큰 맘먹구 카드질을... ㅠㅠ)
어린시절 그림을 많이 했고, 영화보는 걸 너무 좋아한 나머지 꿈이 거창하게 영화감독 ^^;
환경 탓 이든, 본인의 자질 탓이든 영화가(街) 근처에도 못가 보고 다른길로 들어섰지만
막연히 영상을 해보고 싶다는 꿈은 버리지 않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가족들을 찍고, 산과 들을 찍고, 구도를 잡아보고 유치한 테크닉을 자습했다.
하지만 캠코더는 캠코더일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열악한 화질은 영상에 대한 열의를 맥없이 꺽어 놓았다.
차라리 싸구려 디카로 정지된 피사체를 잡아내는게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2003년도였나 보다.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서서히 영상기기들이 다양화되면서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고
가정에서도 결국 HD화면의 시대가 열렸다. TV를 과감한 투자를 통해 JVC고화질 TV로 바꾸고
전문분야인 컴퓨터와 연결하여 그당시 흔치 않던 HD소스들을 돌려 보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 하나까지 영롱하게 잡아내는 극강의
화질에 반해 7~8GB에 달하는 파일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그 당시 HD소스는 시간의 명장, Coral sea dreaming, Ocean Oasis, NHK 절경 장가계 등등..)
각 방송사에서 본격적인 HD방송이 시작되었고, 난 디비코사의 Fusion HDTV 라는 HDTV카드를 곧 바로 구입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HDTV를 구현해 내었다.
그것이 2004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내가 사는 지역의 대다수는 거의 체험하지 못할 때 아닌가 싶다.
실내용 안테나를 구입해서 이 방향, 저방향 틀어가며 툭하면 끊기는 HDTV화면에 푸욱 빠져있을 무렵...
드뎌 고대하던 캠코더가 등장했다! 그 이름은 소니의 HDR-HC1 !
'최초의 가정용 HDV캠코더'란 수식어를 달고 나온 카메라는 화질에 대한 내 열망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으며
샘플영상을 마구마구 돌려보며 밤마다 만나보고 싶은 그리움에 몸을 떨어야했다.( 표현이 거시기...ㅡㅡ;)
하지만 거의 200만에 육박하는 가격은 너무 가혹했다. 지금도 더 나아진것은 없지만 그땐 아무리 지름신이 강령한다해도
200만까지 지를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여 매일 밤마다 여기저기 쇼핑몰들을 무한 클릭질... 그러길 2~3개월 한 모양이다 ^^;
그러다 2006년이 밝고 신년지름신에 몸을 맡기기로 결정!
남대문에 있다는 모사이트에서 148만 이란 할인가에 드뎌 병행수입 제품을 클릭하고 이거저거(트라이포드,추가배터리,렌즈 등) 합치니
200만... ㅠㅠ 지름신을 영접하는데 거의 3개월간의 망설임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ㅋㅋ
그때부터 본격적인 나의 영상생활은 시작되었고, 이 영상게시판의 대부분의 영상을 사랑스런 HC1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 했다.
구입하자마자 (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을 HD화면으로 찍어 놓을 수 있었고, 친구와 떠난 장고도여행, 울진여행, 푸켓여행까지
한 일년 열심히 카메라에 빠져 놀았던것 같다. ^^;
1년동안 촬영해서 작품으로 만든것이 무려 50여편! 지금 생각해보면 후덜덜~ ㅋㅋ
영상을 시작하면서 느낀것이 촬영도 잘 해야하지만 촬영만큼 중요한 것이 편집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친구들에게 영상은 촬영반 편집반이라고 얘길하곤 하는데, 아마도 난 컴퓨터를 일찍부터 다루어 왔기에
남들보다 좀 더 수월하게 영상세계에 입문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맨첨에는 다루기 쉬운 파워디렉터란 프로그램으로 시작을 했지만, 표현에 한계가 너무 한정적이었기에
좀 더 광범위한 표현이 자유로운 (Vegas)베가스란 프로그램으로 본격적인 편집작업을 시작했다.
주로 많은 유저들이 프리미어를 많이 쓰는데, 적은 컴퓨터사양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최고의 솔루션은 베가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2년정도 열심히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그 뒤로 수중세계에 빠져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되어 수중용캠코더를
더 영입했지만 아직도 6년째 나의 주력 캨코더는 소니 HC1이다..
(하지만 이젠 선택버튼, 줌버튼도 제대로 동작되질 않고 너무 늙고 병들어서 이젠 놓아주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 나온 VG20 만 보면 또 다른 가슴앓이가 시작되었음을 부인할수가 없다 ㅠㅠ)
영상과의 인연은 이쯤에서 수습하기로 하고 이젠 다시 다이빙과의 인연을 말 해 보고자 한다.
수중세계를 막연히 동경은 했지만 스쿠버다이빙엔 많은 망설임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재밌는 일은 10년전 서울생활 정리하고 충주로 이사와서 와이프가 수영장에 충주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했을 때,
당시 충주시스쿠버연합회 회장님이 와이프에게 스쿠버 다이빙을 적극 권유했던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와이프의 물속에 대한 적응감과 뛰어난 수영실력을 알아 보았나 보다.
한번은 아파트 앞까지 찾아와서 나를 설득 했을 정도...
나의 대답은 단호이 노Noi!
"사랑하는 와이프를 물속에 잃어버릴 수 없슙니다~~! " ^^; ㅋㅋㅋ
다이빙은 매우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보험회사들도 가입을 기피한다는 베리댄져러스 레포츠 아니란 말인가?
더구나 하게되면 장비를 준비해야 할텐데, 그 장비가격은 어데서 장만한단 말인가? (사실, 이게 실제 이유 ㅋㅋ)
하여, 와이프가 살림엔 신경 안쓰고 바깥에 나가서 놀 생각만 한다고 핀잔을 주며 허락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2007년이 되고 친구네 가족과 푸켓여행을 다녀온 뒤에 변화가 시작된다.
그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은 바로 내 오랜친구~
허삼현!!!
이 친구가 덜컥! 다이빙을 시작하겠다고 수백만원에 이르는 다이빙장비를 구입해 버린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낚시 좋아라 하고 수렵채집,캠핑,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의 성격상 스쿠버 다이빙은 그 시절 그 친구에겐 '로망'이었을 것이다.
같이 갔던 푸켓여행에서 다이빙 하는 사람들을 선망하며, " 한번 해볼까? "하는 욕구는 나 보다도 친구가 더욱 간절 했나 보다.
친구의 여러번 같이 시작 하자는 유혹이 있었지만 예전에 와이프에게 했던 말들로 체면문제가 있었고, 역시나 장비가격에 대한 부담 땜시
덜컥 하겠다고 나서질 못했다. 하지만 우리 친구는 맨땅에 헤딩 하듯이 홀로 바다를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길 1년여 ...
다이빙에 푹 빠진 친구는 열심히 유혹을 해왔고, 틈만 나면 바닷가에서 장만해온 맛난 해산물로 미각을 자극해가며 같이 다이빙의 세계에
빠져볼 것을 권유해 왔다. 물론 나는 1년 내내 주저주저 했다.
그러다 2008년, 갑작스레(정말! 갑자기...ㅠㅠ) 마흔이란 나이가 되어버렸다.
"난 아직도 어린데, 나이는 불혹의 마흔이라..."
받아 들이기가 쉽진 않았다. 다소간의 우울증도 찾아온 것 같다.
혼자서 용감하게 다이빙에 미친 친구는 마침내 지역동호회에 들어가서 주요멤버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즈음 나이 사십에 역시 맘이 공허(空虛)했는지 배우고 싶다는 충동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수중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육상에서의 사진, 영상과는 차원이 틀린 새로운 세계로의 '판타지'가 있었다.
마치, 제임스카메론 마냥 수중카메라를 들고 바다속으로 들어가면 나만의 SF환타지를 찍을 수 있을거란 상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2008년 3월 어느날 밤,
와이프에게 넌지시..겸손하게...미안해 하며.....한 마디를 던졌다.
" 어이~ 마눌! 나두 스쿠바 한번 해 보까~~~??? "
영상밖엔 다른 취미가 없던 내가 다이빙을 만나는 시점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
(ㅋㅋ 무슨 대하 다큐멘타리 쓰고 있는 듯.. 쿨럭~!)
그리고 지금 난 ~~
내일 울진으로 다이빙을 하러 가기위해 거금을 주고 장만한 수중캠코더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고,
작년에 필리핀투어 때문에 장만한 롤러백에 4년째 사용하고 있는 노후된 장비들을 가득 낑겨 넣고 있다.
그래, 나는 다이버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