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보홀에 다녀왔습니다.
여행 중 빡박한 코스가 다소 힘이 부쳤는지 컨지션이 내내 좋질 않았는데 피곤이 풀려 이제야 세백에 들어와 보게 되네요 ^^;
의외로 언론에서 조차 소란스러웠던 지난 24일 저녁, 세퍼 입국 지연문제가 세백에선 조용한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아마도 세부에서가 아닌, 마닐라편 비행기였기에 그러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마닐라를 통해 보홀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세퍼를 타고 세부에 내려서 새벽 오션젯을 이용해 보홀에 들어가곤 했는데, 이번엔 많은 인원을 티켓팅 해야해서
그나마 예약이 수월한 마닐라를 경유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세부퍼시픽항공을 이용해서 인천과 세부공항 사이를 여러번 왕복했던 경험으로 보아
안전에 문제가 전혀 없었고, 행운 탓 이었던지 연착 조차 거의 없던 쾌적한 여행을 저에게 제공해 주어 왔습니다.
하지만 세가족 13명을 대동한 이번 마닐라-인천 귀국길은 악몽으로 변해 버렸네요. ㅠㅠ
마닐라에서 오후 3시 반에 이륙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예정시간은 오후 8시 5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착륙안내방송이 나온 지 한참이 되었건만 인천공항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방송이 나왔는데, 기장의 입에서 "쏘리, 인비지블, 김포에어포트" 등의 단어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설마... ㅠㅠ
드디어 8시 30분쯤 착륙을 하게되고
창밖에 보이는 것은 불행이도 '김포공항' 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어텐던트를 잡고 다시 문의를 하니,
인천공항 기후사정때문에 김포공항에 임시로 내렸다고 하더군요. 안개가 많아서 안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김포공항에서의 대기상태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착륙후 한참이 지나도 이후의 진행과정을 알수 없던 승객들은 점점 동요하기 시작 했습니다.
기장이 착륙 후 한참 지나서야 방송을 해주는데,
내용은 "기상만 걷히면 우린 곧 다시 인천으로 출발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
라는 내용 같았습니다.
말이 하두 빨라서 영어가 들렸다,말았다 하는 저같은 사람들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다른분들이 어떤말을 했냐고 제게 물어보는 슬픈 광경이... ㅠㅠ
승객이 300명 이상이 타는 A330 큰 비행기에 한국말로 설명해 줄 한국승무원 하나 안 태웠다니 좀 화가 나더군요.
마침, 인천공항 주차대행업체에서 제게 전화가 옵니다.
"언제 올 거냐?, 다른 비행기들은 다들 인천에 무사히 내렸다. 빨랑와야 한다, 우리도 차를 인계해주고 퇴근해야 한다"
시간이 한시간~ 두시간~ 그리고 세시간이 흐릅니다. 간간히 가장이 방송에 "사무실과 연락중, 최선을 다하고 있음, 아임쏘리" 등등...무한정 대기만을 요구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시간이 훨 넘어가는 시간에 물한잔 조차 서비스는 없고, 아기들은 울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분통은 터져나오고,
김포에서라도 내려야겠다는 사람들 몇몇이 문열어 달라고 소리를 지르기 사작합니다.
그 뒤의 내용은 아래 방송과 같습니다.
인텨뷰하고 항의하는 군중들을 뒤로 하고 저희들은 급히 공항에서 빠져 나와 지하철로 뛰기 사작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행들의 차는 모두 인천공항 주차장에 있고, 차를 찾아서 내려가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피해보상 등 행정처리에 관심 가질 여유가 우리들에겐 없었습니다.ㅠㅠ
결국 12시 넘어 인천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지하철을 탈 수 있었고 새벽한시쯤 차를 인도 받아 집으로 향 할 수 있었습니다.
저로 인해 여행을 계획한 일행들에겐 (오히려 위로를 받았지만...ㅠㅠ) 차마 고개조차 들 수 없었습니다. ㅡ.ㅡ;
영동고속도로 안산JC 까지는 안개가 정말 어마어마 하더군요.
시계가 앞 30미터도 나오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새벽시간이었지만 속도를 60 이상 올릴 수 없었고, 내내 비상깜빡이를 켜고 운전을 해야 할 정도로 짙은 안개였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안개 걷히면 다시 인천으로 가야한다는 기장의 어처구니 없는 안내방송'이 상기 되어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되더군요.
그동안 세퍼를 많이 사랑했고 앞으로도 또 타게 될 것입니다.
저 같이 근근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세부퍼시픽과 같은 저가 항공사 덕분에 빠듯하나마
여행과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었고, 필리핀이라는 저렴한 물가의 나라에서 부자 코스프레도 해볼 여유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기상악화라는 흔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는게 당황스럽고,
항공사의 상황판단 미숙과 그에 따른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들은 분명
제가 열라 자랑하고 권유했던 세부퍼시픽에 대한 애정이 급격히 식어내려가는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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