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여년째 자영업을 해 오고 있는 내겐, 사무실 한켠을 차지하며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앤틱 아이템이 몇개 있다.
시간 나는대로, 입맛 가는대로 한개씩 소개 해 보기로 한다 ^^;
아주 어린시절.
70년대 집에서 십오리길 떨어진 읍내에는 창고모양의 작은극장이 있었다.
쇠락을 거듭하다가 82년인가 없어진걸로 알지만...
한때 그곳은 서툰 헐리웃키드행세를 하던 내 어린시절 '동경의 장소'였다.
초딩3학년 때였었던가?
동네친구들 3~4명이서 그 먼길을 고물자전거 타고 '날으는일지매'를 보러 간 기억이 있다.
아마도 주머니에 동전 몇개가 짤랑이던 추석쯤 같은데, 그게 극장 구경의 첫 기억이 아닌가 싶다.
관람료는 2~300원 정도 했던가?
쾅쾅!울리는 광고로 영화가 시작되고,
총천연색 혼이 빠질 정도의 컬러풀한 색상이 스크린에 쏟아졌다.
영화내용 보다도 뒤통수에서 한줄기 빛이 날라가 하얀 천막에 어마하게 커다란 영상을 비추는 영사기의 놀라운 모습은
열살된 초딩의 눈에는 신기하기 그지없었고, 그렇게 내 유년시절 기억의 커다란 조각이 되었다 .
(아직도 영화 시작전 했던 광고영상과 영화의 주제가가 기억 날 정도 이니까... ㅋㅋ)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좋아했던 중고딩시절엔 하루종일 극장에 앉아 영사기 돌리는 사람이
세상에서 젤 행복할 것이란 상상을 했던것 같기도 하다 ㅋ
"한 영화를 수십번 보면 얼마나 힘들고 지겨울껴?" 하고 친구들이 핀잔을 주었지만 아직도 '스타워즈나 닥터지바고' 같은 영화를
수십번씩 돌려보는(사실은 파일재생) 내 성격엔 그다지 힘든 직업은 분명 아닐것이었다.
갑자기 '씨네마천국'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네~~ ^^;
어른 되고 결혼하고, 경제적 여견이 갖추어졌을때,
내 지름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 첫 대상은 캠코더,카메라 그리고 '프로젝터' 였다.
과연 2002년 월드컵을 친구들과 거실에서 100인치 프로젝터 화면으로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만큼 영사기는 소유욕을 억누르기 힘든 내 로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IT산업의 발달로 모든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던 시점에 구닥다리가 된 영사기를 하이마트나
동네 전파사나에 가서 구입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극장에 가서 중고로 팔라고 하면 수백만원으로도 부족할텐데...
역시 '로망'은 '드림'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 그땐 그리 생각을 했다. 그런데...
몇년 전,
충주인근 한적한 시골동네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깊은 산골짝에 아름답게 전원주택으로 지어놓은 집이었는데, 그곳에서 난 처음으로 실물 영사기를 직접 보게 되었다.
집의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래의 영사기가 어두컴컴이 똬악! 자리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쥔장 되시는 분은 과거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셨던 분으로,
재직중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수십년 창고에 처박혀 있던 이 골동품을 가져다 놓았다고 하셨다.
영사기를 보자마자, "꼭 갖고 싶은 물건입니다. 제발 팔아 주시면 안될까요?..." ^^;
하지만 쥔장은 "거실에 놓아두니 인테리어로 너무나 좋은 소품인지라 판매가 불가하다!"고 고개를 절래 흔드셨다. ^^;
그렇게 한번 인연이 닿고 학생들이 세명이나 되는 탓에 자주 찾아뵙게 되었는데, 영사기를 볼때마다 갖고 싶다고 졸라댔던 것 같다.
"40년도 더 된 구닥다리에 작동또한 불분명한 물건인데 왜 그리 탐을 내냐고?" 하셨지만
" 난 모셔 놓고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길 2년여...?
어느날 집에 다시 방문을 하니 선뜻 내 앞에 영사기를 내 놓으신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소유하는게 맞는것 같다. 내겐 장식용밖엔 안되는 제품이니, 가져가서
안되면 고쳐서라도 써보라고 ..."
너무나 감사하는 맘에 지갑을 털어서 있는돈을 다 내 놓았지만, 왠걸...
극구 사양하신다.
영사기에 애정을 표하는 내 모습이 보기 측은 했던지, 좀 더 세심하게 컴퓨터수리를 해 주던 내게 감사해서 였는지...
이렇게해서 평생 간절하게 소유욕을 자극해오던 영사기를 득템을 하게 된 것이다.
'득템'스토리는 여기서 끝!
모델은 1960년대 제작된 일본 ELMO社의 F16-1000R 16mm 영사기 이다.
수십년의 먼지가 꼬질꼬질하던 영사기를 WD40으로 청소하고 윤기를 냈다.
닦고 기름칠때는, 사실 작동이 될지는 미지수 였는데...
없어진 파워케이블은 모양이 독특해서 억지로 만들다시피 했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110V트랜스에 물려서 전원을 꽂아 보았다.
"촤르르~~!!!!"
" 된다! 빛이 나온다!! "
- 더불어 얻어오게된 2롤의 필름 -
소리는 안나오지만(별도로 외부오디오로 연결해야 함) 누런 흑백화면이 벽면에 환하게 투영되는 것이엇다.
화면의 내용은 역시나 학교에서나 상영되는 것으로 보이는 교육영상. 69년에 제작된 뜀틀, 멀리뛰기,높이뛰기 등 체육교육용 영상이었다.
50년 가까운 세월탓인지 열심히 닦았음에도 여기저기 검버섯은 어쩔수 없따.
그래도 처음보았을때 보단 윤기가 자르르... ^^;
16미리 고전 웨스턴 필림이나 중국무술영화를 구했으면 좋겠는데, 구글링을 해보면 외국에서나 장만가능할 듯 싶다.
국내 중고거래 사이트를 보면 대부분 국정홍보영상이나 관광영상만이 눈에 띈다.
FORWARD를 돌리면 롤이 돌아가면서 필름을 돌리기 시작한다. LAMP까지 돌리면 램프에 빛이 들어오면서 영사가 시작된다.
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열의 양이 엄청나다.(폭발할 것 같은 느낌도... ^^;)
다이얼스위치 하나는 어데로 탈주를 하셨는지... 정확히 머 하는 스위치인지는 모르겠다. 캠코더도 아닌것이 REC이라니... ?
작은 사무실인 탓에 화면크기도 15인치 정도로 작게 볼수있지만, 그래도 쳐다보고 있자니 너무나 흐믓!
극장영화에 푸욱 빠져있던 80년대~90년대는 영화의 질감과 색감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기억한다.
'내 인생의 영화'란에 소개했던 '뱀파이어(Lifeforce)' 같은 영화도 86년극장에서 보았을 땐,
음습한 분위기와 어둡고도 진한 색감에 꽤나 인상적이었다. 어두운곳은 더 어둡게 느껴지고 밝은곳은 좀더 밝은 느낌.
하지만 그린스크린으로 합성했을 경계면은 적당이 뭉개져 큰 이질감없이 보여주었고, 암부표현은 오히려 더
섬세했던걸로 기억된다.
지금보면 터무니 없는 특수촬영 장면이 그땐 왜 그리 실감나고 환상적으로 보인던지....
특히 검붉은 피가 솟구치는 장면이나 시체(더미로 만든?)가 일어나는 장면, 정기를 표현한 광선 등...은 아직도 선연한
색감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 파일로 구해서 본 '뱀파이어-LIFEFORCE'는 고화질 이었음에도 정말 같은 영화였는지 의심 될 정도...)
사실적인 영상이나 화질면에선 필림영사기가 디지털영사기를 따라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처럼 구닥다리 영사기를 구하고
애지중지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필림특유의 과장된 색상이나 사실적이지 않는 색감, 콘트라스트 등 때문에 않아서 좀더 환타지한 느낌어었다고 할까? 말 그대로 필림라이크한 아날로그시대의 영상이 그저, 좋아서이다.
추억속 영상에 대한 그리움 일테고...
그런데 극장의 그 많고 많던 필림과 35미리 영사기들은 다 어데로 가 있을까???
다음회엔 1994년출시된 이넘으로 추억나들이를 다시 해 볼까 한다. 바로 파워매킨토시 61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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