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처가 식구들과 다녀온 지리산 칠선계곡의 사진과 영상. ▣
칠선계곡은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히며 훼손되지 않은 밀림의 경치가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97년 이래 20년째 특별보호구역인지라 아무나 출입할수 없고, 1년에 한정된 인원만 예약을 통해 허가받고 들어간다는 범상치 않은 계곡.
열혈 등산매니아인 처제가 예약과 보험까지 뚝딱! 처리하여 실로 25년만에 지리산 등정을 하게 되었다.
(25년전이라 함은 대학시절 백무동계곡의 M.T코스 ^^;)
마침 신차 '니롱'이도 나왔겠다, 장거리테스트 겸해서 처가집에 장모님, 대모, 작은아버지, 처형, 처제, 조카까지 대식구 8명을 '니롱이'와 마눌님 '스파크' 두대에 나누어 출발~~!
칠선계곡 코스는 '월요일 하루'만 탐방이 허락되기에 당일치기로는 불가능 할 것 같아 일요일 포함 1박2일 코스로 정했는데, 출발당일(일요일)은 가족과 다 함께 칠선계곡 입구마을인 추성마을 주변을 탐방 하고 다음날은 우리부부와 작은아빠, 그리고 처제 4명만이 칠선계곡으로의 산행을 시작한다. 노인네들은 산 아래에서 조카의 인솔로 주변관광 예정.
일요일인지라 그닥 밀리지 않고 3시간 정도 걸려 경남 함양에 있는 추성마을에 도착 했다.
이미 예약한 '추성산장'에 짐을 풀고 우선 근처에 있다는 사찰을 돌아 보기로 했다.
추성산장이 있는 마을 앞 1Km전 왼쪽길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벽송사는
신라말이나 고려초에 창건 된 것으로 추정되며, 서산대사와 사명당이 불도를 닦았다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이곳에 있는 장승과의 에피소드로 변강쇠와 옹녀가 주인공인 '가루지기傳'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고, 6.25전쟁때는 인민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어 그 때문에 국군과의 전투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60년대 재중건 되었다고 한다.
벽송사에서 유명한 소나무 '도인송'이라 불리운다.
안내판에 쓰여져 있는 내용을 보니 수령이 무려 300년. 뒤편으론 '미인송'이 서 있는데 시설물에 받쳐있어 사진에 담지는 않았다.
벽송사를 둘러보고 아래에 600미터 떨어져있는 부속암자인 '서암정사'로 발길을 향 했다.
입구부터가 색다른 서암정사. 입구의 바위들이 하나하나 부조로 조각되어 있어 거대한 석조 조각공원에 들어 온 착각이 든다.
벽송사 아래에 위치한 부속암자 서암정사는 원응(元應)스님이 1960년대 중반부터 터를 이루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원응스님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이곳에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류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발원으로 불사를 시작했다 한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다양한 불교 석조각이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 낸다.
전반적인 조경이 암자와 조화를 이루며 무엇하나 소홀함없이 없어 보인다. 작은 연못.
서암정사 석조조각의 극치는 십여년을 커다란 바위를 뚫어서 만들었다는 굴법당이다.
바위에 엄청난 규모로 새겨진 부처님을 보고 감명을 받은 우리는 누구랄것 없이, 주머니를 뒤져 보시함에 돈을 넣고야 말았다. 앗싸! 나두 일만원 ^^;
그런데 이곳의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 된 곳이다.
그래서 사진은 찍질 않고 영상만(?) 찍었다 (ㅋ 이건 말장난도 아니고...^^;) 사실, 가족끼리만 공유할까 해서 짥게나마 찍긴 했는데 강제성도 없어 보이기도 하고 나중에 서암정사를 인터넷에 검색 해 보니 여기저기 다 나오길래~~~
영상편집 때 그 '욕심'을 함께 넣었버리고 말았다 ㅡ.ㅡ; 위 그림은 영상을 캡쳐해서 올린것.
대나무 숲 위로 길이 나 있길래 올라가 본다.
이곳은 비로전이라 한다. 커다란 3개의 바위안에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미소를 머금고 계신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조각에 심취해 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늬엿거리고 있다.
오후 7시에 저녁식사를 숙소인 '추성산장'에 예약해 놓은 관계로 아쉬운 맘에 감상을 끝내고 산밑으로 향한다.
7시를 약간넘어 산장에 도착해보니 그새 우리가 주문했던 닭도리탕과 엄나무백숙이 완성되어있다.
푸욱~ 삶아져 있어서 기가 막히게 맛있다. 적당한 MSG도 한 몫 하는 듯 ㅋ
다음날 새벽부터 산행이기에 과도하지 않은선에서 소주 한병 꿀꺽!
놀자하면 에너지가 끊임없이 샘솟는 처가집 식구들인지라 그냥 자기는 만무...
1.5키로에 있다는 용소폭포를 향해 야간산책을 떠났다.
고요한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져 나올듯 촘촘히 박혀 있다. 삼각대라는 첨단장비를 항상 개무시하고 살아온 필자이기에, 이 밤도 손각대로
승부를 걸어 본다. 결과는... 꽝!! ㅠㅠ
ㅋㅋㅋ 그래도 검은 수렁에서 구해낸 내 가족들~~ ^^;
다음날 아침.
아침 6:30분에 추성주차장에 집결하여 예약한 사람들의 출석을 파악을 한다. 보험까지 꼼꼼이 확인하곤 주의사항 안내, 그리고 아침체조 순.
인원은 최대 60명까지만 신청받는다고 하는데 이날은 10명정도가 결석을 한 듯 하다.
산장에 들려 베당을 각기 메고 곧바로 출발!
마을위로 올라가니 본격적으로 산행코스가 시작된다.
응? ........ 그런데 특이점이 하나 왔다.............
나를 제외한 50명넘는 모든 인원은 지팡이(스틱)을 휴대하고 있었던 것.
그나마 스틱이 없는 와잎도 처제꺼를 나누어 하나씩이라도 들고 있는데 나만 스틱이 없는 것이다.
마치 시골촌넘이 서울로 전학을 가서 고무신 신고 강남초등학교 운동장에 갔더니, 다른 학생들 모두 나이x운동화를 신고 있는 느낌~~~! 아... 쪽 팔려! 그래도 난 스틱 대신 카메라!
선녀탕
칠선계곡은 지리산에서 가장 함난한 계곡으로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 3대 계곡의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추성마을에서 천왕봉까지 9.7Km코스로 7개의 폭포와 33개의 소(紹)(연못처럼 작은 웅덩이?)가 있으며, 안으로 들어갈 수록 골이 깊고 험해 '죽음의 골짜기'로도 불린다.(이런데를 암것도 모르는 내가 갔으니 ㅉㅉㅉ)
특별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한정된 인원만 예약제로 운영되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고 예약전 사고에 대비한 보험도 들어야 한다.
5~6월 그리고 9~10월 월요일에만 한시적으로 입산이 허락된다고 하는데, 등산매니아들이 즐비한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지리산 칠선계곡을...
처제가 예약을 한큐에 해 냈다니 대단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 어려운걸 해 내다니...ㅠㅠ
옥녀탕
역시 수림은 대단히 조밀하고 계곡물은 요란하지않고 조심스럽게 흐른다. 너무 맑아 수심이 짐작되지 않는 계곡물을 지날때에도 때묻지 않은 대자연은 내 땀방울을 짭짤하게 받아내고 있다.
많은 지점을 지났지만 일일이 사진을 찍지 않았으므로 영상으로 대체.
비선담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통제소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비선담 통제소인데, 일반등반객들은 여기까지만 산행이 허용된다. 따라서 예약하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등산객은 이곳이 반환점이 되어 내려갈 수 밖에 없는데, 허가받은 예약자라 할지라도 가이드들이 다시금 산행을 계속할지 여부를 묻는곳이 바로 여기이다.
공원내 관리소직원들로 이루어진 가이드들은 이곳에서 등산객의 상태를 체크(?)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등산객들을 살피고 이곳부터 펼쳐지는 험난한 천왕봉까지의 코스를 포기하게끔 유도한다. (아줌니 2분은 좀더 오르다 결국 포기!)
난 다행이 이곳까지는 그래도 늠름해~따 ^^;
칠선계곡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칠선폭포.
이곳은 좀 더 위에 있는 대륙폭포
그래도 계곡이 계속 옆에있기에 길이 명확치 않아도 계곡을 따라 주욱 올라갈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 이므로 바위가 이끼 때문에 미끄러운곳이 많아 사고가 잦은 편이라 한다.
삼층폭포
점심을 먹고 계곡을 벗어나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행이 펼쳐진다. 아마도 천왕봉 남겨두고 3km미터 지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곳서 부터 1km까지는 걸어 갈만 했다.
산 능선에 오르니 여기 저기 주목나무가 많이 보였는데 이 나무는 특히나 무척이나 오래된 고목인듯 싶다.
무척이나 우람한 규모였던 기억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누군 500년 누군700년...
확실한 데이터 찾기는 힘들었다.
정상을 1.7km 남겨두고 능선은 점점 경사가 심해지더니 호흡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깊은 신음소리를 내 뱉으며 몸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하더니만 이윽고, '세걸음 고고! 한걸음 스탑! 세걸음 고고! 한걸음 스탑!' 을 반복하는 규칙성을 띠게 된 것.ㅠㅠ
사진이 거의 없는 탓은 여기부터는 이제 셔터를 누를 힘조차 없어서 이다.
정말 스틱은 고사하고라도 지게작대기라도 하나 짚고 오르고 싶은 심정~~ ㅠㅠ(스틱을 우습게 봤던 벌이다!)
누굴 탓하랴!
이런 몸뚱이임을 알고도 강제소환 하다시피 끌고 온 처제를 탓 해야지!!
그간 두어번의 작은 야산 트레이닝은 이 위대한 칠선계곡에 도전하기에는 텍도 없는 것이었다 ㅠㅠ
사경을 헤메다 천왕봉정상 아래에 다다르니 가이드 두분이 순위를 확인해 주고 있다.
나는 30등.
작년에도 다녀왔던 처제는 그 당시10등안에 들었었나 본데, 이번엔 형부때문에 상위성적은 물건너 갔다.ㅋ
그래도 50명의 전문산악인들 틈에 지팡이 없이 30등이 어딘가!!
정상에 다 와서 혼미했던 정신이 들어왔을 때가 되어 사진을 찍어 본다.
근데 다들 땀방울 하나 없이 멀쩡하다. 내 덕분에 신선노름 하듯 올라왔다고... ㅋ
난 다 주거 가는데~~ㅠㅠ
마치 논개마냥 천왕봉을 껴 안고 다 죽어가는 내꼴을 보소!~
하산은 장터목 산장을 따라 25년전에 올라왔던 백무동 계곡이다. 고목 들이 즐비하고 철쭉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역시 지리산은 아름답다.
25년만에 지리산 나들이
특히나 제일 험하다는 칠선계곡은...저질체력인 내겐 무척 힘들고 고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활력과 생동감을 가득 느껴본 시간.
폐기직전이라 느껴졌던 이 몸도 아직은 대부분의 기능이 작동한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 다음날은 일어나는데 힘들었고 거동도 불편 했지만 그래도 성취감에 대한 여운은 일주일내내 갔던 듯 하다 ^^
이 모든 일정을 기획하고 진행해준 처제에게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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