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 그 전인가??)부터 그림을 많이 그렸다. 아마 만화광있던것 같다.
심오(?)하게 촌구석에 살았던지라 만화책이 주변에 널려 있었던것도 아니고, TV도 초딩 6학년때 되서야 생겼지만, 동네 옆집가서 구경하는 토욜오후의 태풍소년,마징가제트 그랜다이저,캐산,독수리오형제 등 등.. 은 그 시절 내겐 엄청난 환타지 였다.
정확히는 만화영화광(狂) 이었다.
감동적으로 만화를 감상하고 나면, 연필에 침을 뭍혀서 누군가의 일기장에다가 꼭 같이 만화주인공들의 그림을 그렸다.
주로 큰 누님의 일기장으로 기억하는데, 그땐 종이가 달리 없었던지라 하얀 지면(紙面)만 보면 대책없이 그림질 하다가 나중에 들켜서 개 맞듯이 맞곤 했다.ㅠㅠ (쿤 누이, 이 자릴 빌어 다시 한번 사죄를 드리옵니다 ㅠㅠ)
그래도 재능이 있었나 보다.
어느날 부턴가 반 칭구들이 여기저기 도화지를 내밀며 그림을 그려 달란다. 그러면 그림을 쳐다 볼 필요없이 한순간에 마징가를 비롯 수 많은 만화의 캐릭터가 열필심에서 기어나왔다.
고학년이 되면서 누이가 쓰던 포스터 물감(안써서 말라붙은걸루..)으로 열심히 붓질을 하기 시작했다.
포스터 물감으로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했었는데, 인재를 알아 본(ㅋㅋㅋ) 여 선생님의 지도 아래 툭 하면 읍내의 대회를 나갔다.
결국 초딩6학년 땐 그림을 그려서 큰 상을 받는 바람에, 난생처음 서울구경도 해 보았다(육영재단, 어린이대공원가서 상을 받음 ^^;)
그땐 나만의 독무대였고, 그 이후 중학교 졸업때까지는 거의 노트를 사 볼일 없이 상품으로 학용품을 조달...
애고~ 여기까지 자랑질은 그만 하고...ㅡㅡ;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만화광이 영화광이 되었다.
6학년 시절, 담배를 수매해서 거금(?)을 손에 쥔 어머니께서 통큰 금성 17인치 샛별 테레비를 구입하신 이후,
난 주말이면 토요로드쇼(토요명화의 전신),주말의 명화,명화극장의 골수팬이 되어 버렸다.
유명한 헐리웃 배우들이 나오는 고전영화를 좋아했지만(사실 그때는 컬러TV가 아닌, 모든게 흑백이었으므로 고전영화인지도 모르고 봤다ㅋㅋ)
많은 쟝르중에서도 특히, 서부영화를 즐겨 보았다.
내가 사는 산골과는 너무나도 다른 드넓은 공간, 모래바람이 이는 광할한 서부의 공간에서
멋진 주인공이 수많은 악인을 향해 연발의 총성을 날리면, 왜마디 비명과 함께 일순간 추풍낙엽이 되어 쓰러지는 악당들...
붉게 물든 석양 속으로 주인공이 사라지면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 엔딩을 장식하면
한 일주일간은 영화속의 장면과 음악이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몰랐다.
존웨인,게리쿠퍼,버트랭카스터,스티브맥퀸,제임스코번...
그 중에서 중학생때 보고 반해버린 '무법자시리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옹은 아버지보다도
좋았던 나의 영웅이었다.(아버지께도 죄송~)
고딩때는 여러 여건상 그림활동을 하지 못했고, 대학도 그림과는 상관없는 전산학과에 진학하게되었지만
미련이었는지 버릇이었는지, 시간 나면 붓과 펜을 끄적거리 곤 했다.
때문에 턱수염나는 20세 시절에도 수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수채화,풍경화,인물화,만화 등..)
군에 입대해서는 고참들의 수많은 추억록을 그리다보니, 화려한 그림그리기의 절정기를 뜻하지 않게 맞기도 했다. ㅡ.ㅡㅋ
(만화와 영화를 결부시키다보니 글이 장황하다.
사실 옛 추억이 주제는 아닌데... ^^;)
군대를 마치고 집에 왔을때,
내가 그림에대한 미련이 있을까 걱정이 되셨는지, 아버지는 그간 그려놓았던 그림들을 모두모아 불 싸질러 버리셨다고 하신다.
원망도 있었지만, 제대이후엔 그간 안한 공부와 연애질을(임오복이랑)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림세계는 정말로 내게 멀어져 갔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내 그림들의 유적들이 남아있으리라 생각도 않했고 찾으려 애 써보지도 않았다.
몇 년전, 시골집에 갔을때 오래된 책들사이에서 우연히 노란 노트 한권이 나왔다.
헐~~~~~
중딩시절인 84년에 그려진 'kiiers' 란 유치짬뽕 제목을 가진, 바로 내가 그린 만화였다.
<아마도 테렌스힐과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얼굴을 연상하며 만든 주인공 같다.>
<첫 표지- 대단원의 1부 ^^;>
반가왔다.
감회에 젖어 노트를 펼쳐보니 1984년~85년 사이에 그린 서부를 주제로 한 만화 그림이 보인다.
중딩 그림치고는 말이라든가 총, 그리고 배경등이 예사롭진 않다(ㅋ 내 그림을 내가 자찬하다니..ㅠㅠ)
쥔공 모델은 클린트이스트옹과 테렌스힐의 중간 모습이다. 이 시절 코믹한 '튜니티시리즈'와 '석양의 무법자'시리즈에 정확히 영향을 받은,
거의 모사수준의 그림들이다.
따악~~~ 중딩수준의 유치한 내용의 서부만화 ㅋㅋㅋ
엄청난 물량을 때려 부운 블록버스터...만화
내용은 없구 무조껀 쏘고 터뜨리고.. ㅋ
정말 대충 그린 흔적들이... 볼펜과 잉크펜과 먹물붓의 조합 ^^
무법자 시리즈의 버디무비를 만들고자 했던것 같다.
<이 다음편도 그렷던 기억이 있는데, 당근 끝은 못 맺었구, 그 나마 남았던 것들은 다 소실됬음~~ 이건 국가적,문화적 손해 ㅋㅋ >
오늘 잊고 있던 이 노트를 다시 펼쳐보았다.
그리도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나? 회상도 해 볼겸...또 다른생각도 좀 있고해서...
한참 찾아도 잘 안보이길래 혹시 잃어버렸나? 하고 책장을 주섬주섬 찾았는데, 덩치가 작으니 A4지 사이에 잘 묻혀져 있다.
사실, 요즘 딸래미가 공부는 아예 담을쌓고 지나치게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서 스마트폰과 그림에만 몰두해 있는지라
그게 보기도 싫고 걱정도 되고 해서, 마음이 편 칠 않고 딸래미에게 잔뜩 화가 나 있다.
잔소리로 시작해서 공갈 협박도 해 보았지만 딸래미도 민감한 시절인 탓 인지, 온통 거부감 밖엔 보이지 않는다.
딸에게 성을 내다가 지쳐서 요즘은 나 또한 묵비권으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나의 중딩시절을 회상케하는 이 노트가 생각이 났다.
역시나 깨닮음이 있다.
이 그림들을 그리고 있을때...
분명 울 아버지는 내게 잔소릴 하셨던 기억이 있고,
나 또한 나만의 상상의 공간에 잠겨서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던것으로 기억되어진다.
괴팍한 성격, 불규칙한 생활, 삐뚤어진 시선들, 올빼미습성 등등.. 역시 누구나 애기하듯......
큰애는 아빠를 닮는다 ㅠㅠ
지금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림을 그리고 있을 딸녀석의 방문을 축은히 바라보다 보니.......
28년전 아버지께서도 지금의 내 맘과 같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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