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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고 아름답던 하루, 충주무술공원 봄소풍.

포보기(박해철) 2016. 5. 20. 12:21

석가탄신일을 맞이한 주말,

바다를 향한 친구의 뽐뿌질이 강렬했지만 아들땜에 맘을 접기로 했다.

다름아닌 아들의 특별한 '봄소풍' 때문....


고2나 된 아들넘 소풍에 부모가 따라간다는 게...

극성부모 '코스프레'라 해도 도가 넘치는, 무쟈게 특이한 케이스라 하겠지만

이번 봄소풍은 아들이 교회와 인연을 맺고 처음 맞이하게된 행사인지라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라...

아마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아들을 교회에 보낸다는 사실에 뜨악! 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 종교에 대한 부정과 편견이 심하고, 종교의 상업화 흐름에 거품물고 비난해 왔던 나 아니었던가?

이러한 사탄(?)급 인간의 아들이 교회를 나가고 있고 그것을 직접 권유까지 한 장본인이라니...ㅎㅎ

인생事 참 모를일인 것이다.


평소 유약하고 지나치게 맑은 영혼이라 걱정 돼 왔던 아들이...

급기야 올해 새학기가 되니 심각한 부적응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학교 자체가 힘들고 매일같이 의욕저하에 우울해 하며 툭하면 눈물이 터져 나온다. ㅠㅠ

작년까지는 힘들어도 적응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는데, 올핸 모은 의욕을 잃어버리고 완전 망연자실한 모습...

매일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나 또한 괴롭기 그지 없다.

시간이 감에 따라 더욱 심하게 느껴지고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 지경.


내 사춘기시절을 연상하며 아빠로써 도움을 주고도 싶었지만 시대와 감성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사춘기임을 표출한다는 것이 사치라 느꼈던 시절, 다른이들 보다 더 은폐된 사춘기를 보낸 내겐

애초에 도울 자격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절 내겐 의지하고 같이 나눌수 있는 '친구'들이 항상 있었는데... ㅠㅠ


그런 생각 탓인지, '한명의 친구'가 없는 현재 아들의 처지에 더욱 동정을 하게 됐고, 인위적으로라도

친구들이 존재할 수 있는 테두리를 만들어 줌이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결국 고심하다 30년지기 친구가 활동하고 있는 교회에 아들을 맡긴건 불과 한 달 전...

친구가 항시 '가족같고, 형제같고, 친구같은 공동체'라고 자랑을 해 왔기에, 좀 더 따스하게 아들을 이끌어 주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무살 젊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직접 찾아와 아들과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고,

지극정성, 헌신으로 아들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옆에서 지켜만 보아도 고맙고 감동적인 광경들... ㅠㅠ.

평생을 친구하나 없이 부모만 의지하며 외롭던 아들에게, 비록 자연스럽진 않지만 친구들이 생긴것이다.

종교란 역시 위대한가 보다.

침울속에 매몰되어 가던 아들의 얼굴이 점점 밝아져 가는것이 눈에 띈다.


평생 종교없이 살아왔지만 내겐 항상 곁에 정(情)인들이 있었고 의지와 위로받을 곳이 있었기에, 아직도 이 상황들이...

종교에 의지하는 아들의 모습이 낯설고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아들과 아빠가 혹은, 엄마가 다 같은것은 아니라 인정하게 된다.

지금은 아들이 좀 더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것, 그것이 '다' 일 뿐이다.


토요일.

대충 일을 마치고 점심때가 다 되어 사무실에 온 친구와 함께 소풍地인 충주 무술공원으로 향했다.

캠코더,액션캠,드론을 함게 챙겼다.

무언가 친구에게 보답을 하고 싶은데 내가 해줄수 있는일이 있지 않는가?


하늘이 눈부시도록 맑고 푸르다.

며칠째인지 모를 정도로 항상 뿌연 미세번지가 가득했는데, 이날은 미세먼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쾌청한 날씨.

아내와 아들은 이미 와서 김밥을 먹고 있고, 난 교회분들에게 일일이 아들의 '애비'임을 인사를 드렸다.

사실 십수년을 충주에 살아오고 있기 때문에 다 들 낯익은 얼굴들... 평소에 반가운 고객님 얼굴들도 보인다.^^

맛있는 김밥과 간식으로 점심을 먹고 교회분들과 함께 십수년만에 족구를 했다.

그것도 무려 네판이나... (휴유증이 3일이나 갔다는... ㅠㅠ)





그래도 너무나 아름다운 날이었기에 흥겨웠고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예쁜 풍경을 찾아보는 여유까지 즐길수 있었다.

무려 4시간 넘게 교회분들과 함께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교회나 종교관련 얘기들이 없다.

마치 커다란 대가족이 함께 소풍을 나온 느낌...

대화의 주제도 대부분 살아가는 이야기, 직장이야기, 아이들 교육얘기 들....

갑작스레 찬송가를 부른다거나 통성기도 등으로 날 불편하게 한 경우도 없었다.(보통, 교회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오래 전 알고 있던 이웃들과 친목모임을 나온듯 한 편안한 느낌.


모두 따스하고 좋으신 분들...

때뭍지 않은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

사춘기의 험한 파고를 넘는 아들에게 분명 긍정적인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란 확신이 들었다.


모임이 끝나고 작별인사를 할 땐 담부터 아들과 교회에 함께 나오라는 덕담들도 들었지만

선뜻 동의해 드리진 못하였다.

아직도 종교란 테두리는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평소에 의지해 온 나의 주님을 버릴 순 없을것 같아서 이다.


30년 기쁠때나 슬픈때 함께해 준 나의 주(酒)님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