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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엄마, 강경숙 여사 80회 생신 기념영상.

포보기(박해철) 2019. 3. 19. 10:30

ㅎ... 만드는데만 5일이 꼬박 걸림.


그래도 어머니를 위해 보잘것 없는 재능이나마 영상선물을 드리게 되어 기쁨.

촬영에 협조해준 우리 육남매와 조카들, 귀찮으셨을 텐데도 일일히 대꾸해 주신 우리 엄니께도 감솨!

올 한해 최대의 프로젝트 엄니의 일생을 담은 80년 대담영상을 준비 중이다. 

이미 8시간 가까이 영상 인터뷰를 마침. ^^;

다음은 

한때 글 께나 쓴다고 이래저래 상장을 챙겼으며 중핵교에서 현직 국어선생질 하는 누이께 부탁한 글.



- 강경숙씨의 삶 -


크고 단단했던 울타리로 따뜻하게 지켜주었던 아버지를 잃은 뒤 인생은 굴곡진 삶으로 변했습니다.

 

단아한 눈매와 하이얀 살결의 아가씨는 자신 앞에 펼쳐진 삶의 모습을 조금은 짐작이나 했을까요?

 

어린 나이에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살아왔던 삶의 여정은

굴곡이 많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무수히 많았겠지요.

 

 어느 겨울, 몇 개 되지 않는 세간을 머리에 이고 어린 자식들 손을 끌고 기차를 타고 낯선 타지로 떠나왔을 때의 어머니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차마 헤아려지지가 않습니다.

 어머니 어깨에 얹혀져 있던 그 수많은 짐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 작은 어깨로 어떻게 견뎌 오신 걸까요?

 

 

 화려한 색상보다는 검정색을 즐길 줄 알았던 진정한 멋쟁이였지만

 멋을 내보지 못했고

 마당 가득 예쁜 꽃을 키우고 우아하게 살고 싶었지만

 마당엔 늘 고추와 오이와 가지와 토마토가

 얼기설기 얽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어느 시간인들 눈물 맺히지 않는 시간이 있을까요?

 여섯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 얼굴의 주름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고,

 손톱과 발톱은 무뎌지고 거칠어졌지요.

 

 다소 나약했던 남편 몫까지 채우고 살아야 했고, 한없이 서운한 말만 하시는

 시어머니의 투덜거림을 삭여야 했으니까요.

 

 그 모진 세월 끝에 서 계신 어머니, 행복하신가요?

 

 저희들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때때로 어머니를 잊고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저희들의 고향인 거 아시죠?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던 외할아버지 생전처럼, 이제 저희 자식들이, 손자손녀들이 엄마의 울타리로 버티고 있으니까 행복하셔야죠.

 

마당에 더 많은 꽃을 심고,


더 예쁜 옷을 입고, 더 곱게 화장하시고

 

매일 맞이하는 나날들이 아름답고 행복하시길

저희들은 소망합니다.

 

사랑합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저희를 지켜주셔서...


박수민 書                                                                          


 

기념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