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다이빙을 시작하며 해외투어를 다니기 시작했고, 필리핀이란 나라를 마치 지방출장 가 듯 뻔질나게 다니기 시작했다.
자랑질 삼아 남긴 사진과 영상이 SNS를 타고 형제들에게도 전파가 되곤 했는데,
형,누이 할 것없이 한결같은 멘트들... "니만 쳐 댕기지 말고 우리도 함 데려가 봐라!"
하지만 필리핀관광엔 안중에 없었고 온리 다이빙에만 전념하며 다녀 온 지라 형제들 여행가이드는 선뜻 엄두가 나질 않았다.
6형제에 어머니,조카들...그러면 대략 10명이 넘어가는데,뱅기표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가서 혹시 작은 사고라도 생기면 하는...건...
핑계고!!
무엇보다 노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처가집 식구들과는 달리 [참고: 2013년 11월 필리핀세부 가족투어]
우리 형제들은 겁이 많아 운동이나 바다와 친하지 않고 열대바다의 액티비티한 레포츠엔 어울리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탓 이다.
(하지만 이번 세부투어에서 그 선입견은 깨지고 말았으니 ^^;)
필리핀 세부는 역사와 문화가 감동적인 곳이 아니며,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먹빵투어에 적당한 곳도 아니다. [개인생각]
수려한 풍광의 산수(山水)도 없도 거대한 폭포나 대단한 유적이 있는곳도 아닌...[개인생각]
오직~ 바다,바다,바다,아름다운 바다! [개인생각]
7천개의 섬을 가진 이 나라에서 여행자가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곳은 오직 바다라는 생각 때문에 [개인생각]
다소 학구적이고 관찰에 능한 우리 형제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곳이란 생각이 컸다.
하지만,
작년 엄니 생신때...
6형제 모두 모여서 엄니를 모시고 늦은밤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멀지 않은 거리.
허리와 다리가 모두 망가져 이젠 걷기 조차 힘들어, 어딜가든 일단 '길게 앉아서 쉬기'에 모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그날, 형제들이 다들 술에 얼근 했던 탓 인지... 의자에 쪼그려 앉아 작은몸을 가누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형제들 너나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ㅠㅠ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아버지를 만나 평생토록 가혹한 농사일과 자식에게만 여생을 바쳐오신 분,
농사철엔 쉬는날 없이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 하셨고, 겨울이면 산에서 나무땔감 메고 내려오다 넘어지고 구르기를 몇 번...
오십 넘도록 변덕 심한 시어머니의 눈치와 수발로 친정도 제대로 한번 못가시고, 극빈의 살림에 눌려 맛난음식, 여가생활,
가족여행이 무언지도 모르고 평생을 사셨다.[덕분에 어린시절 나두..ㅠㅠ]
세월이 가고 할머니와 아버지를 보내드린 이후, 어머니는 잠시 세상의 즐거움을 맛 보시나 했다.
농협 등산동호회를 시작했고 여행의 즐거움도 알아 자식들의 든든한 지원아래 금강산 및 해외여행도 몇 번인가를 다녀 오셨는데...
칠십이 좀 넘어가자 사채업자 밀린돈에 사악한 고리까지 떼 듯, 젊어서 마구써버린 몸에 한꺼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머리통증에 허리가 휘고 다리는 가누지 못하고 오로지 약에 의존하며 살아야 힘든 노년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술이 과했던 탓인지 누나와 나는 마치 곡(哭)이라도 하 듯 꺼이꺼이~! 했었는데...ㅠㅠ
그 다음날 아침, 케익을 내놓고 생신상을 시작하기 전, 덜깬 술기운으로 마치 용단을 내린 듯 나는 형제들에게 선포를 했다.
"내년 생신때는 엄니 모시고 우리 육남매 모두 필리핀 세부로 가족여행을 가십시다!"
2017년 2월 10일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리무진버스에서 한장.
공항에 도착을 하고나니 전국 팔도? 아니 6개지역에서 각각 출발 한 형제들, 첫째부터 막내까지 하나둘 공항에 모여든다.
어쩌다 우리 육남매는 전국 각지에 흐트러져 살고 있는 걸까?? 고향이 살기 버거웠나 보다.
나 또한 처가집 동네 '충주'에 살고 있는 모양. ㅡ.ㅡ;
'비디오그라퍼'답게 형제들 모아놓고 강제인터뷰를 찍기 시작하자 이제야 필리핀투어가 현실이라 느껴졌는지 하나, 둘 필리핀에 치안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조카들까지 필리핀 가면 총맞아 죽을거란 불안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건 마치 전쟁터 떠나기전 유서들 쓰는 비장한 분위기...ㅠㅠ
오죽하면 공항에 내리자 마자 전 가족이 방탄조끼 먼저 구입해야 할 듯한 분위기였다. (일촉즉발 핵전쟁 위기에 사는 사람들이 ㅉㅉ)
글고보니 필리핀을 다녀와 본 사람은 5년전 보홀을 함께 다녀 온 엄니와 우리부부 밖엔...ㅋㅋ
총알들 잘 피해서 반드시 살아 돌아오자고 굳건히 다짐들을 하고 난 후,
드뎌 어머니와 육남매의 세부투어가 시작 된다.
밤늦게 세부에 도착을 해서 나름 단골이 되어가는 저렴이펜션, 스토리콘도에 도착했다.
캐나다,미국,스페인 등 주로 럭셔리한 여행을 주로 하던 누이들은 다소 당황하는 눈치.
방을 가족단위로 배정하고 난 후 매미만한 바퀴벌레를 발견한 동생은 혼비백산해서 긴급SOS까지...ㅜㅜ
요란스런 첫날밤을 지내고 나니 닭울음 소리와 함께 세부의 아침이 반갑게 비추어 온다.
4년전에도 이용했던 스토리콘도의 전경.
지진으로 다소 공포스런 분위기였던 4년전과는 달리 좀 더 정돈된 분위기이고 그 사이 사장님도 바뀌었다.
사장님이 직접 픽업도 나오셨는데 일일히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는 자상함이 느껴진다. 서비스가 몸에 밴 분 같았다.
서비스도 한층 진일보.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조식을 사 먹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부터는 조식이 방까지 무료로 제공되었고 메뉴도 다양하다 ㅋㅋ
그래도 하늘에서 보는 뷰는 쪼매 럭셔리 하지 않은가? 막탄섬의 중심, 마리바고 지역의 한가운데 있는 스토리콘도의 주변 영상이다.(얼마전 구입한 팬텀3가 만들어 준 보람 ^^;)
사실 필리핀 어델가도 숙박시설의 고급수준 따윈 안중에 없었다. 침대와 에어컨, 물만 잘 나오면 되고 이동의 편의성을 주 기준으로 하다보니...^^; (나중엔 형제들도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에 고개를 끄덕임.)
이젠 예약으로 머리 아플 필요가 없다. 4년전 거기, 그 곳, 그 업체에 하면 된다. ^^;
여전히 호핑투어를 시작하기 전 친절한 브리핑을 해주시는 '해피인세부' 사장님.
이번투어는 오롯이 우리가족만의 전세 호핑투어이다. 총 11명 탑승.
아침과 달리 먹구름이 밀려오고 바람이 다소 세게불기 시작했지만... 아랑곳 않고 방카는 출발!
출발과 동시에 망고가... 없으면 서운허지.
첫번째 호핑은 항상 그러하듯 날루수안섬에서 시작한다. 이번이 3번째 방문인데 드론에서 바라보니 생각보다 더 아담한 섬이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날루수안섬 대표적인 포토존인 제티(다리) 사진을 제대로 찍지는 못했다. 그래도 섬에 들어갔으니 인증샷은 멋지게 남겨야지...
"다 들 점푸샷 해 보셨지요?"
음.. 아니군! 개초보들 인지라 나만 멋지게~~ ㅋ
제티아래 스노클링포인트는 여전. 수많은 사람들이 풀어대는 빵가루 피딩 탓에 스내퍼,서전트피쉬들이 가득하다.
와이프만 물에서 휘젓고 다닐 뿐 우리가족분들은 다들 구명조씨에 의지해서 어푸어푸!(가족들 다수가 나트륨 과다 섭취!)
역시 물과는 안 친한 사람들이다 ^^;
스노클링을 마치고 제2의 호핑투어 사이트인 판다논 섬으로 향한다. 이곳은 한가로이 점심식사와 함께 피크닉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운이 좋질 않아서인지 올때마다 하늘이 찌푸려려져 있다. 날씨만 화창하면 럭셔리한 화보촬영이 가능한 곳인데 찍사로서 아쉽기만...
그래도 섬의 풍경은 아름답다.
호핑업체 측이 준비해 온 맛난 BBQ요리와 과일로 제법 풍성한 점심식사가 차려진다. 고기류와 시푸드는 이곳에서 스텝들이 직접요리를 해주어 신선하게 먹을 수 있으며, 필리핀의 대표맥주 산미구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
ㅎㅎ 이 아자씨 또 공연하러 오셨네~ ^^ 노래도 다양해져서 이젠 레퍼토리에 한국노래도 들어있다. 예전에 기타가 하두 남루해서 좀 새걸루 바꾸라고 팁을 두둑히 준 걸루 기억하는데, 이 날은 아마 100페소 쯤?
4년전 추억이 생각나 '라밤바' 를 신청, 참 열심히도 불러주신다. ^^
여유로운 판다논 섬에서의 시간을 즐긴 후, 이젠 마지막 섬인 '힐루퉁안섬'을 향해 출발한다.
난루수안과 더불어 막탐섬의 대표적인 스노클링 포인트
스탭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서 어머니 스노클링을 시켜 드렸다.
6년전 보홀에서 며느리가 잡아주어 함께 즐겁게 스노클링을 한 경험이 있던지라, "몸이 옛날같지 않아 못할것 같다"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스탭들과 함께 물에 들어갔는데....
정말 예전같지 않으셨나 보다.ㅠㅠ 수온이 보홀에서보다 찬 편이고 무척 긴장까지 하신 탓인지 입수하시자 마자 화들짝 구조요청을 하신다.
곧 바로 재승선 ㅠㅠ
우리부부만의 익숙한 물놀이? 하지만 나두 이젠 예전같지 않은지 5미터 수면아래에선 10초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ㅠㅠ
이젠 모든일정을 마감하고 방카는 힐루퉁안섬을 떠나 숙소를 향한다.
막탄에 들어오니 그새 해가 늬엿 해 지고 있다. 친절하고 정성스레 봉사해 준 스텝들에게 감사의 팁을 제법 후하게 주었다.
이제 남은일정은 저녁식사와 마사지.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와 휴식시간을 가진 후, 저녁식사는 근처에 있는 유명맛집 '마리바고그릴'로 예약을 했다.
마리바고식당으로 가는 길.
콘도에서 불과 오백미터 정도의 거리인데 어머니가 제대로 걷기를 힘들어 하신다.
누이들 둘이 거의 부축해 오다 시피했는데... 정말 모셔 오길 잘 한건지...내가 지나친 욕심을 부린건지...
걱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불안이 앞선다.ㅠㅠ
마리바고그릴은 로컬식당임에도 음식이 맛있고 메뉴또한 다양해서 가성비가 굿.
그러고 보니 여행에 있어 우리가족의 최대의 장점은 어델 가더라도 김치,고치장을 고집하지 않고 음식만큼은 즉시 '현지화' 한다는 점.
어머니를 위시하여 모든 가족이 음식만큼은 가림없이 잘 먹는 편이다 ^^
밤잠도 별루 못자고 3개섬을 도는 다소 무리한 코스였기에 가족들 모두 피곤했을 것이다.
가이드가 딸린 패키지 투어마냥 이곳 저곳을 쉼 없이 다녀왔으니...
그래도 열대바다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스노클링과 피크닉이 무척 재미가 있었던 듯... ^^;
어째튼 럭셔리한 휴양과 우아한 여행은 다들 알아서들 할 일이고, 필리핀투어의 3일은 즐거움으로 꽉찬 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 다음날도 무조껀 강행군이다!! (이건 분명 가이드로서의 강박관념 ㅠㅠ)
동영상 ▶
'? 포보기의 여행, 사진과 영 > 포보기's 여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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