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시골집에 갔다가, 중고딩시절 제 성적표나 찾아볼까 해서 (ㅋㅋ 아빠의 우수한 성적을 아그들에게 보여 줄라꼬...."아들아! 제발 중간만 해라!" ㅠㅠ) 엄니와 함께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그 많던 편지며, 책과 교과서, 노트, 내가 그린 그림들은 다 어데로 갔을까?
정말 아부지가 다 태우신걸까?
해서, 창고부터 뒤지기 시작해서 아래 문간방까지 다 뒤졌네요.
결론은....
.
.
다 있었습니다 ^^
그 많던 편지들이 빼곡이 쥐들의 오줌과 먼지, 세월을 둘러쓰고 고스란히, 초췌한 꼴로 남아 있더군요.
80년대 형님 연애편지부터(형수님, 인터넷 안 하지요? ^^) 초등시절 받으신 수많은 상장,
우수했던 영자누이 성적표(양백여상), 힘든시절 해옥누나가 집을 걱정하며 제게 보낸 편지, 만화 낙서가 빼곡한 제 교과서,
그 시절엔 상장이 정말 흔했나???. 제 상장도 제법 되더군요 (요즘은 거의 희귀 하다지요? -우리집)
전라도 어데선가 오고간 편지들도 있고, 형님과 저의 군사우편, 엄니가 서툰 글씨로 쓰신 품앗이 장부 등 등..
제 성적표도 중딩시절꺼 몇 개 찾았는데, 음...뭐 별로 잘한것도 아니면서 아이들 앞에서 '똥폼'을 잡았던 거 더군요 ㅡㅡ;
초딩때 성적표도 하나 찾았는데,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쓴 글을 보니 "학생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침체되어 있으며..." ㅠㅠ
집에 가져갈 요량으로 성적표,상장,노트등 제 꺼만 추려 모으다가...
운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 추억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육남매를 힘들게 키워낸 어머니의 역사이며,
어머니의 소중한 재산들 이겠구나..
그럼 소유주는 당연 '엄니 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꾸기 꾸기.. 두 시간여 엄니와 추억의 시간을 즐긴 것으로 만족하고
도로 박스를 원위치... ^^
언제 괴산에 들르시면 창고와 아랫방에 박스들을 뒤져보세요..
아련했던 추억들이 쥐 오줌의 향수를 품은채 추억의 당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니께서 무상열람을 보장하셨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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