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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결혼 16주년 기념여행 - 정선&당진 (1일차)

포보기(박해철) 2013. 5. 22. 08:33

 

어느덧 16주년이 되었네요.

 

딸래미가 중3 이니 이젠 열심히 늙고 있는 중 이겠지요.

지금껏 결혼기념일이라고 저녁에 외식이나 했지(- 아이들과 같이..)

부부만의 순수여행을 계획한 것은 실로 10년만 인가 봅니다.

마치 억지로 등 떠미는 듯 부처님이 3일간의 연휴까지 만들어 주시네요. ^^;

 

저는 이래저래 다이빙 욕심도 있고 해서 마침 동호회원들이 가 있는 속초나 통영을 끼워서

1박2일 정도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돌연 기차여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멀쩡하지는 않아도 아직도 굴러가는 차를 놥두고 왠 기차여행? ㅠㅠ

 

십년전에도 기차를 타고 단둘이 강릉을 다녀온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참 좋았었나 봅니다. (젊었으니 그렇지.. ㅡ.ㅡ;)

기차를 이용한 여행이니 당연히 다이빙 계획은  접을수 밖에 없었지만 와이프님 바램도 있고

3일간의 연휴로 간만에 맘에 여유도 있고 해서 그러자 동의를 했습니다.

 

강릉이나 안동, 그리고 김해(노대통령 4주기에 즈음해서..) 등 여러 코스를 고려햇지만

3일 연휴로 전국이 북적거릴텐데 발 디딜틈도 없을듯 하고, 호젓한 시골여행이 더 나을듯 하여  지역적으로 가까운

강원도 정선으로 행선지를 결정했습니다.

(마눌님이 갱년기가 와서인지... 둘이서 마냥 걷고 싶다고 하더군요 ㅡ.ㅡ;)

그러고 보니 강원도 정선은 우리 부부 둘 다 처음 이네요~  ^^

 

석탄일 5월 17일 이른아침,

학생시절의 작은 설레임도 없이 일찍 차를 몰아 충주역으로 향 합니다.

이틀전 장거리 드라이브를 예상하고 차에 엔진오일도 갈고 라이닝도 전부 갈았 놨는데, 기차를 타다니...

열살먹은 우리 액트가 아마도 서운했을 듯 합니다 ^^;

 

┗ 아침 8시 20분 충주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을 매일 지나쳐서 다니곤 하지만 들어와본 건 십여년만 이네요.

 

┗ 일단 제천으로 가서 한시간뒤 정선방향의 기차로 갈아 타게 됩니다.

 

┗ 제천역에 도착하니... 이론~!!!  대학때 친구들이 환송을 나왔네요.  ㅋㅋㅋ

(해설: 한명은 지난번 내차에 떨군 지갑을 찾으러 왔고, 또 한명은 제천역에서 근무를 하는 동창생 ^^ )

암튼, 친구들 덕에 한방차도 얻어 마시고 한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고 정선으로 출발 합니다.

 

┗ 정선까지의 기차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리 더군요. 

정선행 기차라 그런지 정선군 홍보대사? 들이 나와서 정선의 자랑거릴 열심히 홍보 합니다.

 

 ┗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차창밖을 보니 온통 푸르름의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야 오월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 정선역에 드뎌 도착!

모두들 내리니 사람들이 왁작지껄,바글바글 합니다.

 

 

┗  정선역에 도착하자 마자 곡기를 때우기 위해서 기차에서 정선 홍보직원들이 추천한 정선5일장으로 향합니다.

 읍내와 연결되어있는 다리를 건너게 되니(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기로...) 바로 5일장 입구가 보입니다. 정선역 주변은 깨끗하게 잘 정비가 되어있고 거리가 예쁘게 꾸며져 있더군요.

 

 ┗  5일장엔 사람들이 어마어마 하더군요. 3일연휴가 작은 지방소읍에도 엄청난 인파를 몰고 온 것입니다.

사람들 틈바구니를 헤치고 시장통 식당안으로 무사히 터치다운!!

 

┗  자릴 잡은 다음, 우리가 주문한 것은 정선의 명물 모듬전과 올챙이국수 그리고 콧등치기국수네요.

 

사람들이 넘 많아서 각오했지만 주방 바로 옆에 앉은 덕분에 빠르게 모듬전이 나왔습니다.

전이 4개 종류로 메밀로 만든 전병,부침등이 나옵니다. 막걸리와 더불어 에피타이저 개념으로 주문했는데 메인인 국수보다 더 맛있더군요 ^^

막걸리는 정선군 브랜드 '아우라지 막걸리'였는데 막걸리 전문가 마누님께서 맛이 좋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  제가 선택한 콧등치기(이름이 재미남  ^^; 먹을때 국수가락이 두꺼워서 콧등을 쳐서 그리 불리운다 함) 국수 입니다.

여느 막국수와 비슷한 맛인것 같습니다. 제조상의 결함탓인지 전혀 콧등을 치지는 않더군요. ㅋㅋ

 

┗ 와이프가 선정한 올챙이 국수입니다. 정말 올챙이 모양으로 작게 가닥을 뺍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서인지 쫄깃함과 끈기가 별로 없습니다. 맛은 차라리 콧등치기가 나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한바퀴 돈 다음, 공연을 볼까 하다가 외곽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시장에서 홍보팜플렛을 얻어서 주변지역을

알아보니 20여Km 외곽으로 '화암동굴'이라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곳을 가보기로 결정! 정말 아무생각없이 다님 ^^

 

┗  버스를 타러 정선농협 앞으로 갔는데 1시 35분 버스가 2시가 다 되어 도착을 하네요.

인구 4만의 정선 사람들이 이리 많지는 않을것이고... 이번 연휴가 대단하기는 하네요~~

 

 

┗  태어나서 첨으로 셀카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버스뒤의 풍경이 가리네요.

 광각이 좋은 작은 카메라가 주는 고마움..

 

┗ 30분 정도 정선 남쪽으로 달리니 화암동굴 앞에 도착 했습니다. 이곳에서 동굴입구 까지는 거리가 상당하더군요.

 

┗ 정선군의 상징인 도깨비 캐릭터가 입구에서 반겨 줍니다. 오른쪽은 이름이 은깨비, 사진 왼쪽 인형의 이름은???

" 얘! 넌 이름이~ 뭐니??? "

 

┗ 관광지역 답게 여기저기 캐릭터들을 많이 개발해 놓았습니다.

 

 

┗ 걸어다니기로 해서 옆에 운행되는 모노레일은 무시했지만, 날은 덥구 거리가 먼 관계로 힘이 드네요. 헥헥! ㅜ.ㅜ; 

 

┗ 드뎌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입장료는 둘이 합쳐 일만원!

 

┗ 길고 길었던 동굴을 탐험하게 됩니다. 이곳은 일제시대에 금을 캐는 광산으로 유명했다고 하더군요.

동굴 중간중간 일제에 의해 착취당했던 막장인생들의 노고가 마네킹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컨셉을 금광 탐사+종유동굴관광+어린이를 위한 깨비캐릭터가 섞인듯 지루할 만할 틈없이 빼곡히 프로그램 되어있습니다.

 

 

┗ 경사가 무척 가파른 계단으로 하염없이 내려가게 됩니다. 노약자들에겐 난 코스가 될 듯 합니다.

 

 

┗ 아이들과 동반해도 좋아할듯 수많은 깨비캐릭터로 동굴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동굴코스는 역시 험난하여 연세드신 분들은

많이 힘드실것으로 사료 됩니다.

 

 

 

┗ 그 옛날 정과 망치만으로 동굴의 화강암을 쪼아 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 합니다. 얼마나 무수한 광부들이 돌에 깔리고 으깨어져 죽임을 당했을까요. ㅠㅠ  이곳은 채굴하다가 중앙에 돌탑을 자연스레 만들어져 넓은 광장이 된듯한 곳 입니다.

 

 

┗ 동굴을 거의 나오니 동굴 벽에 창살을 만들고 금괴를 전시해 놓았더군요. 이 금이 실제라면 아마 수백억이 넘어가겠지요?

한돈에 20만원 정도 하니... 한덩이만 우찌 안되겠노?? ㅠㅠ

 

┗ 여기 저기 볼거릴 만들기 위해서 애쓴 흔적들이 많습니다.

 

┗ 출구에 다다르니 드디어 종유석 동굴이 엄청난 크기로 펼쳐집니다.

 

이곳은 금을 채굴해 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지요. 종유석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으며 천장 높이가 20미터는 됨직하고 너비는

족히 100미터는 넘어 보입니다. 스케일이 상당한 큰 광장입니다.

 

 

┗ 여기서두 셀카한장! ㅋㅋ 참, 어벙하게 나오는구만요 ^^;

 

┗ 벽을 가득 수놓고 있는 종유석들...

 

┗ 수만년의 이야기들이 종유석 깊이 잠들고 있겠지요.

 

┗ 종유굴의 천장을 찍어 본 것입니다.

 

 

┗ 동굴 밖으로 나오니 그새 1시간 30분이상 시간이 지나있더군요. 그 만큼 지루함 없이 동굴 탐험을 즐겼습니다.

 

동굴의 길이는 정확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1km 이상 되었다고 생각 됩니다.

버스정류장쪽에서 대기를 하니 이윽고 버스한대가 와서 서게 됩니다.  미리 계획되어 있는 일정은 없었기에, 버스가 가는 방향대로 가게되니 '몰운대'라는 수묵화 병풍같은 절벽이 나옵니다.

 

┗ 버스를 서게 되니 몰운대 정상이 아니라 아랫마을을 지나 한참 걷게 되어 반대편 강가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양말을 벗고 맨발로 개울을 넘어서 절벽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헥헥!~ ㅠㅠ again.

 

 

┗ 등산아닌 등산을 해서 정상에 올라왔더니만 높이가 아찔합니다. 발 아래로 아득한 낭떨어지가 보이더군요 ㅠㅠ  (고소공포증 보유자)

 

 ┗ 그래도 죽은 고목이 몰운대 정상의 풍경을 살려 줍니다. (살신성인 고목)

 

 

┗ 마침 정상에 다른가족이 올라오기에 사진 품앗이를 했습니다. (신혼여행 컨셉으로 한장!)

 

┗ ♪ 보리이~ 밭 ♬ ♪ 사이~낄로~~♪♩ 걸어~가면.... " 뱀 나와!!"

 

┗  하늘은 양털구름으로 고즈넉~ 저녁을 향해 달립니다.

 

몰운대에서 2키로를 내려와서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기에, 결국 동네에서 나오는 경차를 얻어타고 화암약수터쪽으로 갔습니다. 경차 아줌마  감사!

 

┗ 약수터로 가는길에 양쪽으로 계곡물이 흐르는데 경치가 끝내주더군요.

 

 군데군데 야영장이 있어서 연휴를 즐기러온 많은 캠핑족들이  자릴 메꾸고 있습니다.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

여기저기 고기 구어 먹느라  산전체에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  한 참을 걸어서 화암약수터에 도착 했습니다. 앞은 큰 야영장과 주자창이 자릴 하고 있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  작은 바가지로 약수물을 떠 먹었는데 탄산약수더군요. 예전에 초정약수 맛과 같았습니다.

 

우웩! 전 역시 비위에 맞질 않더군요. 그래도 약수라니 두 모금정도 억지로 넘겼습니다. 작은 구멍에서 나오는지라 하루에 1660리터의 양만을 허락해서 1인 1리터이상 떠 갈수 없게 되어 있답니다.

 

  약수터 옆 작은 폭포

 

약수터에서 오래있진 못하고 부랴부랴 빠져나왔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좀 있으면 정선으로 가는 버스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이지요

열심히 마을까지 걸어나와 한참 버스를 기다리니, 또 다시 늑장버스가 뒤 늦게 도착 했습니다. 이미 해는 산너머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굳이 정선행 버스를 탄 이유는 결혼기념인 만큼 저녁식사와 숙박은 정선읍내에서 좀 맛있고 폼나고 편하게 보내려 했던 것인데....

하지만 이리 황당한 일이.... ㅠㅠ

 

시내에 도착하고 몇군데의 모텔을 돌아보니 방이 있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예 입구출입문에 크게 '방 없음' 이라고 써져 있더군요. ㅠㅠ

상황의 심각함을 뒤 늦게 깨닫고 우린 홍보전단에 나와 있는 수십군데의 모텔 및 펜션, 그리고 민박집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몇 군데 밖에 없는 읍내 모텔,여관들은 하나같이 '방없음'이 더군요.

결국 읍내에서 숙박하는것을 포기하고, 시골쪽에 있는 민박집 쪽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햇습니다. 아..그곳들 마저

빈방이 있는곳이 없네요ㅠㅠ

 

어둠은 이미 내려앉았고,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다가 읍내에서 25Km나 떨어져 있다는 한 민박집(억새풀민박)에서 응답을 합니다.

 

"큰방은 다 나갔고, 작은 방 하나 남았는데요~ ! "

상황이 심각해지니 작고,크고,좋고,나쁜것을 따질 여유가 없어지더군요.

"곧 그리로 가려합니다. 우찌 가면 되나요?"

"아.. 여긴 시골이라 버스는 이미 끝났을 거고, 올려면 택시를 잡아타고 와야 할텐데, 요금이 많이 나올텐데요~~?"

" 어쩌겠습니까? 택시라도 잡아 타고 가야지요, 그런데 방값은 얼마나 하나요?"

"오늘같은 날은 읍내 어디서나 10만원은 주야 하는데, 작은 방이니까 6만원만 받겠습니다 "

 헐~~ 육마넌 ㅠㅠ

 

결국 거금 삼만원을 주고 정선에 몇대 없다는 귀하디 귀한 택시를 타고 정선군 남면 어덴가 있다는 마을까지 달렸습니다.

 

하루종일 걷고 방도 못 잡아 시골까지 들어온 설움에 배가 더욱 고팠던 걸까요?

정말 작은 방에 짐을 풀자마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이젠 서바이벌 이다!! ㅠㅠ

메뉴는  아래와 같습니다.

 

배가 고파서 욕심에 3인분짜리 돼지갈비와 소주를 한병 시켰지만, 결국 고기는 절반을 남기고 소주 한병에 정신만 메롱,몽롱~~~

 

┗ 양이 작을 거라 예상하고 1인분 더 시킨것인데 의외로 많은 양이 나옵니다. 맛은 양념이 달지 않고 매큼한게 참 좋았습니다.

 

 

┗ 결혼 기념일 정선여행 첫날은 이렇게 돼지갈비와 소주를 마지막 사진으로 남기고 민박집 골방에 들어가서 장렬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