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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전의 짜릿한 추억, 향로봉에 다시 오르다!

포보기(박해철) 2018. 1. 3. 20:19

※ 아래의 모든 사진은 군 관계자의 입회하에 촬영되었으며,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은 사진임을 알려 드립니다.


2018년 무술년 새해아침.


포보기는 다른때와는 달리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

군에서 원사로 근무하고 계시는 모(某) 형님 배려로 과거 군시절 근무했던 강원도 동부전선 '향로봉'에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28년만에...ㅋㅋㅋ



포보기가 있던 1990년도 1월엔 3미터 가까이 눈이 왔었는데(믿든지 말든지)

이번에 가 본 향로봉은 그다지 눈이 많지는 않다. 최근 몇년동안 1미터 이상 눈이 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납득 되질 않는다. 

왜 그리 그때는 눈이 많이 왔는지...ㅠㅠ

기억의 오류 탓인지 모든게 작아 보이고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설은 28년전과는 달리 무척 훌륭했고, 한 겨울이어도 생활관은 푸근했으며 병사들 모습조차 밝아 보인다. 기대치 않게 만두가 들어간 떡국 까지 얻어 먹고...ㅠㅠ(감동!)


세월이 30년 가까이 흘렀어도 변함없는 것은... 

여전히 으르렁~!대며 몰아치는 바람과 차디찬 영하의 기온, 초롱초롱한 밤하늘의 맑은 별빛, 동해가 바로 보이는 눈 덮힌 산하의 아름다운 모습 등... 

아련한 기억을 더듬으며 감회에 젖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생활관이라 불리는 내무반에 들어서니 장교(중위)가 안내를 하며 '과거에 눈이 많이 왔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28년전 눈 속에 파묻힐뻔한 그 장본인이 바로 '나'라고 하니 뜨악~* 했던 표정 ㅋㅋㅋ

28년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친구인데 그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추었을까? 

갑작스레 상념에 젖으며 한숨이 폴짝~~!

식당에 들어서니 계급이 대위,소령,중령 등 장교님들도 꽤 보이지만 왜 다들 앳되어 보이는지...ㅠㅠ

2018년과 함께 숫자판 두자리가 동시에 바뀌어버린 내 나이가 서러움과 아쉬움으로 뒤 섞이는 기분이었다ㅠㅠ


일출시간에 맞추어 생활관을 나와 300미터 정도 될법한 향로봉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나이탓에 생긴 서러움, 아쉬움따윈 곧바로 몰아치는 폭풍바람을 맞으니 금새 머릿속에서 날아가기 시작했고... ㅋㅋ

초소에 도착하자 마자 이미 차가와진 카메라를 꺼내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영하 14도의 기온과 함께 어마무시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으니 카메라 배터리가 순식간에 소멸하고 만다.

전동식 렌즈는 얼음이라도 끼었는지 초점 조절이 제대로 되질않고...ㅠㅠ

그래도 이 얼마나 고대했던 황홀한 순간이 아니란 말인가?

꿈속에서도 가끔 나올만큼 그리웠던 향로봉에 다시 올랐다니...!


뜻깊고 멋진 향로봉 새해일출을 보여주시고, 또한 옛 추억과 재회하는 감동의 시간을 만들어 주신 이**형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맘을 전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12월 31저녁. 인제군 원통의 밤하늘


1월 1일 새벽 5시 30분 군용차량에 몸을 맡기고 15키가 넘는 향로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새벽6시30분 향로봉중대 생활관에 도착. 낯익은 향로봉 보급로가 발아래로 펼쳐져 있다. 이 풍경을 얼마나 그리워 했던가!


난방도 곤란했고 물이 끊겨 눈을 퍼서 밥을 해 먹고 머리를 감던 우리시절과 비교 한다면 너무나도 훌륭한 최신식 군생활관 모습.


생활관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일출시간에 맞추어 생활관을 나선다. 멀리 산아래에서 이미 붉은여명이 터 오고 있다.



└향로봉 정상에있는 초소에서. 여기에 서 본지가 벌써 28년전 이라니... ㅠㅠ


디카를 가지고 갔지만 손가락이 얼어서인지,카메라가 얼어서인지 '파노라마'가 잘 안되어 휴대폰으로... 역시 휴대폰이 최고다!


 카메라가 강추위와 악전고투 하는 사이, 금새 동이 터온다.

바다위로 두터운 구름층이 드리워져 28년전 자주 볼 수 있었던 파도위에서 영롱한 오메가 태양은 볼 수 없었다. 



└ 금강산을 볼 수 있는 북녘 산하.


└ 평생의 반려자 마눌님과 함께~~ 향로봉에 있던 28년전에도 이 마눌님은 고무신을 바꾸어신지 않으셨다. ㅋ


다시 이자리에 설 기회가 있을까 싶다. 통일이 되면 여유롭게 마눌님과 등산 함 해볼까나?


해소되지 않는 그리움과 아쉬움의 자락을 안은 채 향로봉을 내려오고 있다.


└ 그 험한 향로봉의 눈비탈길 왕복 30여km를 무사히 날라다준 기아자동차의 험비짝퉁!


※ 위의 모든 사진은 군 관계자의 입회하에 촬영되었으며,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은 사진임을 알려 드립니다.